직감적인 리뷰/영화

공범자들(2017)

빨간머리 마녀 🍒 2017. 8. 27. 23:47

몇년 전(2008년) 광우병사태와 함께, 혹은 이후에, mbc의 PD수첩의 존폐가 언론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던게 희미하게 기억난다. 나는 마치 그때 신생아였던 마냥 그 당시의 일을 뿌옇게 기억한다.  TV속에서 잠깐, 혹은 SNS의 피드에 촛불집회의 사진과 동영상이 떠돌았고, PD수첩이 열렬히 광우병 사태에 대한 보도를 했던 것 같다. 


그리고 2014년 4월 16일의 일은 비교적 생생히 기억한다. 당시 홍대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르바이트 중이였다.  아침 일찍 출근해, 매장 청소를 하며 오픈 중비중이였다. 그러는 도중, 세월호라는 배가 가라앉고 있고, 그 안에 수백명의 학생과 일반 시민이 타고있음을 알게되었다. '어머, 어떡해요' 라며 사장님과 같이 일하던 매니저 언니와 걱정했지만, 곧 뉴스를 통해 전원 구조완료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행이였다.


이 두 사건이 이리도 밀접히 연관되어있는지 몰랐다.


 

뉴스포차(https://vimeo.com/228954961)에 출연한 최광희 평론가(좌)와 최승호 감독(우)



이명박 정권 시작부터 이뤄진 KBS, MBC, 그리고 YTN에 대한 탄압과 장악은 때때로 우스꽝스러운 모습, 혹은 무서운 모습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KBS의 시사프로그램을 대체하고 등장한 이명박 정부 홍보 프로그램, 광우병 사태에 대한 대규모 집회에 대한 방영대신 이뤄진 폭염에 대한 반복적인 보도, 북한의 미사일 개발에 대한 보도 등, ... 내용이 우습다보니 영화관 내부에서 이 장면이 나오면 웃음이 터져나왔다. 언론장악과 탄압은 또한 양심있는 언론인, 방송인의 정직, 해고 등으로 이어졌고, 청와대에 충성하는 인물들이 이끌게 된 KBS, MBC는 대통령 찬양 방송기관으로 전락했다. 영화 속의 묘사처럼, 뼈다귀 하나라도 더 받아먹기 위해 도둑을 보고도 짖지 않는 개가 되어버린 것이다. 


정부의 언론장악의 가장 무서운 발현은 세월호 침몰일 것이다. 우리는 수백명이 목숨을 잃는 과정을 방송을 통해 무능력하게 바라보아야 했으며, 비이성적인 정치싸움, 마치 인간이길 포기한듯 한 사람들의 언행은 유족과 선량한 사람들의 마음에 씻길 수 없는 상처, 트라우마가 되었다. 그 중에서도, 세월호 침몰로 인한 비극의 많은 부분을 언론의 잘못으로 돌리는 데는, 당시 '전원구출'이라는 오보를 조금이라도 의심하지 않은 언론의 안일함과 16일 이후 계속된 정부의 호감을 사려는 맹목적이고 비인간적인 언론보도가 무고한 학생들과 일반시민들을 심해로 영영 가둬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이병박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언론에 대한 장악시도는 끝없이 이뤄졌고, 성공했다. KBS노조, MBC노조, YTN노조, 그리고 각 방송사의 해직 언론인, 방송인들은 열심히 싸웠고, 아직도 싸우는 중이다. 박근혜 정권의 KBS의 고대영 사장과 MBC 김장겸 사장이 아직 버젓이 그들의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만의 투쟁이 아닌 우리 모두의 공정한 언론에 대한 문제라는 인식으로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수년간 힘들게 싸워온 이들의 짐을 나눠야 할 시간임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