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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감적인 리뷰/영화

더 포스트 The Post 2017 리뷰

빨간머리 마녀 🍒 2018. 3. 26. 16:58

더 포스트를 보았다. '페미니즘'과 진정한 '용기'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보게 만드는 영화였다. 아버지의 사업 - 워싱턴 포스트 운영 - 을 이어받은 남편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자, 생각지도 않게 가업을 이어받은 캐서린(메릴 스트립)은 남자들의 세상에서 홀로 여자로서 가업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동업자들은 노골적으로 그의 능력을 의심하고 의견을 무시하며 권위에 도전한다.

워싱턴포스트를 주식시장에 내놓을지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회의로 영화는 시작한다. 회의장 문을 열자 방안을 가득채운 남성 임원들이 회장인 캐서린에게 인사한다. 캐서린은 바짝 긴장하여, 회의내용을 두꺼운 책자를 만들어가며 공부해 참여했지만 회의에서 자신이 준비한 말은 한마디도 제대로 발언하지 못한다. 그가 작은 목소리로 내뱉은 의견은 남성의 몫이 된다.

<워싱턴 포스트의 주식공개를 논의하는 임원회의 장면, 출처 : https://neighbourhoodpaper.com/culture/the-post-democracy-can-die-in-the-dark-lauren-carroll-harris-film-review/>

영화 내내 "그의 역할은 무엇일까, 불안하기 만한 눈빛과 떨리는 손, 목소리로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려는 걸까" 의아했다. 나조차 의심의 눈초리로 캐서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관객이 의심하던, 그의 동료들이 불신하던간에 어느덧 캐서린은 결정을 해야만하는 순간에 도달했다. 패전을 예상하면서도 시민들을 기만한 정부를 상대로 올바른 언론의 역할을 수행해낼것인가, 아니면 안전하게 주주를 지키며 금전적 손해위험으로 부터 회사를 지킬 것인가. 나는 그가 백악관의 친구와의 우정 때문에 마음이 약해져서, 또한 주변의 목소리, 특히 그녀를 사교용으로만 생각하던 남자 동료에 기가 눌려,  용감하게 결단하지 못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캐서린은 가업을 이어받은 후로 줄곧, 자신에게 가해지는 노골적인 의심과 비하하는 언행에 쓰러지지 않기 위해, 무엇보다 자신이 사랑하는 워싱턴포스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었다.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맞딱뜨린 현실에 맞서는 용기를 보여준 것이다. 이러한 캐서린을 보자 작년 이맘때쯤 페미니즘 구호로 사용되던 문구가 떠올랐다.

"She was warned. She was given an explanation. Nevertheless, she persisted."

"그녀는 경고를 받았다. 설명도 들었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았다."

간략히 이 문구에 대해 설명하자면, 이 문구는 작년 이맘때쯤 미국 상원 회의에서 나왔다.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이 제프 세션 상원의원의 법무장관 임명에 반대하며 근거 자료인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는 밋치 맥코너 상원 다수당 대표에 의해 저지되었다. 워렌은 상원 의장의 허락을 받아 다시 읽기 시작했지만, 그의 행동이 상원규칙에 어긋난다는 주장에 부딪혔고 투표를 통해 그는 발언권을 잃었다. 이후 그의 발언에 반대했던 맥코너는 위와 같이 워렌을 비난했는데, 이는 오히려 당시 워렌의 처지를 여성의 문제로 투영하는 페미니즘 문구로 사용되었다.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Nevertheless,_she_persisted)

<왼쪽 엘리자베스 워렌, 오른쪽 밋치 맥코너 상원의원.  출처 : https://www.thecut.com/2017/04/liz-warren-says-mitch-mcconnell-wont-make-eye-contact.html>

워렌이 그러했듯 캐서린도 경고를 받고, 설명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정부와의 법정싸움에서 패배하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음에도, 많이 두려움에도 캐서린은 언론인의 소명을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고 무시하던 자에게 "솔직한 의견 고맙다"는 말밖에 하지 못했던 그는, 결정의 순간에 도달하자,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며 배짱 있게, 언론인으로서의 명예를 지키고, 결국 워싱턴포스트의 성공도 지켜낸다.

캐서린이 마주하는 순간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목소리가 묵살되고 무시 받는 장면들이 너무나 익숙해 마음 아팠다. 친구들, 언니, 동생, 그리고 나의 모습과 겹쳐졌다. 페미니즘은 용기이다. 남성중심의 권위주의 사회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이제까지 당연히 여겨져 온 부조리들에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다. 물론 저항에 부딪히는 것은 힘들고, 생각만 해도 힘이 빠지는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하는 것. 그것이 용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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