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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쪽에서 인턴을 했기때문에 지금 강남에 거주중이다. 인턴을 2주만에 그만둔 관계로 요즘 많이 여유롭다. 그래서 가끔씩 교보문고 강남점에 가서 책을 읽는데, 얼마전에 한강작가의 "채식주의자"를 읽었다. 언젠가는 채식주의자가 되기를 꿈꾸는 만큼 이책의 내용은 더 강렬하게 다가왔다. 


교환학생을 다녀온 후 최근 1년간, 내가 무엇을 먹는지에 대해 굉장히 조심스러워졌고, 예민해졌다. 그리고 여건이 될 때, 채식주의를 시작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아직 생각일 뿐이지만 매우 큰 변화의 시작이다. 이렇게 생각한 이상, 앞으로 살아가는 중 언젠가는 채식주의를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채식주의를 시작할 경제적 여유, 여건이 되지 않는다. 또, 확실한 이유, 명분을 찾지 못했다. 막연한 이유들만 떠오를 뿐이다. 앞으로 좀 더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작가 한강씨의 채식주의자를 읽고 다시 한번 채식주의가 나에게 가지는 의의, 우리사회에 던지는 의미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포스팅을 통해서는 어떻게 채식주의자가 되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지까지만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미국에 14년도 8월부터 15년도 5월까지 교환학생으로 가있었다.  이때 식습관에대해 생각할 시간과 기회가 많았다. 그리고 그때의 영향으로 언젠가는 채식주의자로 살고싶다는 생각을 한다. 왜 식습관에 주목하게됬냐면, 먼저, 미국에서의 식단이 한국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리고 건강에 나쁜 쪽으로 달랐다. 학교식당에 매일 상주하는 음식들이 스파게티, 피자, 햄버거, 핫도그, 시리얼, 유제품, 머핀, 식빵, 오믈렛, 그리고 고기류 등이였다. 밥을 주식으로하고 야채 반찬이 많은 우리나라와 매우 대조적이다. 처음엔 별생각없이 맛있는거 위주로 많이 먹었는데, 살이찌고 건강이 안좋아지고 나서 내가 어떤 음식을 먹는지 주의하게 됬다. (살찌는 것에 매우 민감한 체질이여서 바로 몸에 나타난다) 이때 주의하지 않으면 얼마나 건강에 나쁘게 먹게 되는지 깨달았다. 그리고 식단관리와 운동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이 때문에, 귀국 후에 운동과 동시에 약 반년간 철저한 식단관리를 하게됐다.


아래부터는 교환학생으로 공부하던 Slippery Rock University의 Boozel (학생식당 이름)의 일부 메뉴들이다. 뷔페식 식당이였다. 당시 부모님이랑 친구들한테 보내주려고 찍어놓은 사진이다.  




스크램블드 에그와 감자튀김. 매일 조식메뉴로 항상 구비되어있다. 맛있어서 항상 인기가 많았다.



다양한 종류의 시리얼들. 한번은 친한친구와 시리얼이 몸에 좋은지 나쁜지에 대해 열띤 토론을 했다. 당연히 시리얼은 무익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결론은 설탕이 입혀지지 않은 시리얼은 몸에 좋은 걸로 끝이났는데, 시리얼을 다시보는 기회가 되었다.



시금치 피자. 과자가 올려진 피자도 가끔나온걸로 기억한다. 



왼쪽부터 계란요리, 아마도 햄버거 패티같은 고기, 그리고 베이컨. 베이컨 바삭바삭 튀겨진 거 정말 맛있다.



반 쯤만 익혀놓은 고기 같다.


파스타면. 옆에는 토마토소스와 크림소스가 준비되어있다. 



매일매일 바뀌는 고기요리. 입맛에 딱히 잘맛지는 않았다. 그래도 중국요리인 쿵파오치킨(?) 요리는 정말 맛있어서 두 세번 다시 받으러 가곤했다.



채식주의자 코너. 채식주의자가 있지만, 다수가 아니므로 큰 인기가 없는 코너였다. 나도 가끔씩 두부를 먹고싶을때만 들렸다.

그런데, 정말 신기했던게, 스리랑카친구들과 많은 외국인 친구들이 두부를 너무 싫어했다. 내가 두부를 가져가니까 왜먹는지 도저히 이해를 못하며 너무 놀랐다... 그래서 나도 놀랬다.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과자.



머핀들. 매우 맛있어 보이나 막상 먹어보면 너무 달기만 한 것들이 많았다.



머핀 종류별로 참 많이 구비해 놓는다.



이런 샐러드도 항상 준비되어있다. 



가을학기 시작하자마자 찍은 사진인데, 이 이후에 수박을 다시 본적이 없는 것 같다.



샐러드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식재료가 다양해서 좋았다. 브로콜리, 토마토, 오이, 버섯, 파스타면, 시금치, 양배추, 당근 등이 나오고, 드레싱종류도 6~8가지가 있다. 



그리고 아이스크림! 가끔씩 후식으로 먹었는데, 맛있었다.




미국 식단이 우리나라와 다르다는 사실 외에도 식습관에 대해 고민해보게 된 이유가 있다. 바로 교환학생때 사귄 친구들인데, 그들 덕분에 어떤 것을 먹을지 어떤 것을 먹지 않을지에 대해 매우 심오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미국에서 사귄 친구들은 문화적 배경이 다양한 만큼, 종교도 다양했다. 이슬람, 힌두교, 기독교, 불교, ... . 어떤 친구는 종교 때문에 소고기를 먹지 않았고, 어떤친구는 같은 이유로 돼지고기를 먹지 않았다. 고기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써 그들의 신념과 헌신이 매우 대단하게 느껴졌다. 여전히 엄청난 일이라고 생각하고, 나도 언젠가 그들처럼 평생 선택적으로 식습관을 꾸리고 싶다. 


교환학생때, 한번은 친구들한테 불고기요리를 대접했는데, 이러한 이유로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세 개를 모두 사용해, 불고기를 만들어야 했다.



세가지 고기로 불고기 만들던 날.

파키스탄 친구와 요리하는 중. 너~무 힘들었다. 10명 넘는 친구들 먹이려니 생각보다 체력소비가 컸다.

그래도 한국음식을 맛보게 해줬다는게 뿌듯한 날이였다.




오른쪽 아래부터 네 그릇이 불고기요리이다. 아래 두개가 닭고기이고 위 두접시가 소고기, 돼지고기였던 것 같다. 왼쪽과 오른쪽에 흰 소스가 뿌려진 것은 파키스탄 친구가 만든 그 나라 요리인데, 흰색이 요거트이고 아래에는 가지가 요리되어 있었다. 






친구들이 자신의 신념에 따라 음식을 선택적으로 먹는 것을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이전까진 나에게 맛있는 음식이 종교와도 같았다. 또한 한국에서 자라면서, 음식을 선택하는 것이 편식의 이미지와 맛물리면서, 무엇이던 가리지말고 다 먹으려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러한 친구들을 사귀고 그들의 음식에 대한 믿음을 공유하다보니, 음식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가지게 되었다.  그 친구들이 음식을 선택하는 것에서, 매우 좋은 인상을 받은 것 같다. 종교뿐만이 아니라 개인적인 믿음에 따라 채식주의가 된 미국인 친구도 있었는데, 그 친구도 내가 채식주의를 고려해보게 되는 이유가 되었다. 


한강씨의 채식주의자를 읽었다는 이유로, 내가 음식과 채식주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들을 풀어놓았다. 미국에서 고칼로리, 지방이 많은 음식들을 접하고, 건강한 몸에서 멀어지면서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먹는 것에 대해 다양한 신념을 가진 친구들 덕에 나 역시, 선택적으로 (채식으로) 음식을 섭취할 수 있고, 그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좀 더 한강작가의 채식주의자 책을 읽으며 느꼈던 바를 나눠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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