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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리

끈질겼던 장미빛비강진 후기

빨간머리 마녀 🍒 2020. 2. 29. 17:09

작년 9월 추석 때 집에 내려가 TV를 보다보니, 배꼽 아래쪽에 붉은 반점이 4~5개 올라와 있는 게 보였다. '뭐지?' 잠깐 올라오다가 다시 가라앉겠지 생각하며 집에 내려간 김에 엄마랑 목욕도 가고, 별생각 없이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없어지기는 커녕, 배의 다른 부분으로도 퍼졌다. 이때부터 예민하게 신경 쓰이기 시작해서, 서울로 돌아와서 집 근처 의원에 갔다. 3번 정도 방문했는데, 그때마다 의사 선생님은 알레르기라고 하며, 바르는 약을 처방해주셨다. 그리고 시간 지나면 자연스럽게 가라앉을 거라고... 

처음 발견한지 2~3주간 반점들이 올라왔다 가라앉았다 반복하며, 조금씩 넓게 퍼져서 가슴 부분까지 반점이 올라왔다. 결국 피부 전문병원으로 내원해서 진단을 받으니 '장밋색 비강진'이라고 했다. 근데 이 역시 딱히 치료방법이 없는 '피부가 걸리는 감기'같은 거라고 말씀하셔서, 반점이 심해질 때만 스테로이드 알약을 처방받고, 그 이후에는 스테로이드 성분이 포함된 바르는 약으로 반점이 생기는 강도를 완화시켰다. 실제로 감기와 비슷하게 환절기에 많이 걸린다고 한다.

10~11월 지켜봤지만 느껴지는 차도가 없고 좀 가라앉네 싶다가도 갑자기 올라오곤 했다. 원래 몸통 부분에 많이 난다고 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배, 등과 더불어 팔뚝이랑 허벅지에도 반점들이 생겼다. 12월에는 벌써 생긴지 3개월 차로, 시간은 꽤 지났는데 차도가 없어서 답답함과 스트레스만 점점 높아졌다. 결국 강남 직장 근처의 피부과로 병원을 옮겼는데, 그쪽에서도 이전에 다니던 피부과와 비슷하게 처방해주셨다. 

그리고 대망의 연말... 온갖 모임과 술 약속이 시작되었다. 이전부터 의사 선생님들이 술은 절대 마시면 안 된다고 했는데, 원래 술을 즐기는 편이라 조금씩 마시곤 했다.(지금 생각해보면, 낫는 거 같다가도 다시 올라온 게, 항상 술 마시고 2~3일 지난 후였다.) 12월에는 과음을 딱 세 차례 했는데... 12월 중순, 마지막 주중, 그리고 12월 31일... 과음 후, 직후가 아닌 1~2일 지나고 나서 증상이 심해졌다.

1월 첫째주에 반점의 개수가 훨씬 늘면서, 약간의 가려움증이 생기고 만점들이 손으로 만져질 정도로 튀어나왔다. 이전까지는 붉은 반점만 있고 가려움이나 튀어나옴은 전혀 없었다. 아무래도 이전과 다르게 심해진 것 같아서 다시 강남의 피부과에 내원했다. 의사 선생님이 보시더니 장밋색 비강진이 아닐 수도 있겠다고 하시며, 조직검사를 권하셨다. 정확히 어떤 질병인지 알아야 치료가 수월하다고 하셨던 것 같다. 부랴부랴 성모병원, 삼성병원 등 근방의 대형병원들에 문의해서 가장 빠른 날짜로 예약을 잡았다.

약 1주일 뒤에 결과가 나왔고, 다행히도 장미색비강진이 맞았고, 증상만 심해진 것이었다. 이때부터 '절대 금주'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현재까지 약 2개월간 금주 중에 있다. 또한 면역력 증가 및 스트레스를 덜 받기 위해서 여러 가지를 병행하니 1월부터 쭉 가라앉기 시작해서 현재는 조금의 흉터 정도만 남아있다. 아직 팔, 복부 쪽에서 아주 가끔씩 살짝 한 개씩 올라오곤 한다. 아마 이런 증상이 아예 없어야 완치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래는 '금주'와 더불어 1월부터 장미빛비강진 극복을 위해 병행한 방법들이다. 물론 개인차가 있고, 해당 방법들이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일종의 위약효과를 준 거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현재 장밋빛 비강진을 겪고 있는 분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본인의 상황과 경험에 맞게 적용하면 좋을 것 같다.

1월에 증상이 심해졌을때는 반점의 개수가 증가하는 것은 물론 가려움증에 목까지 번져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보일 수 있다는 생각에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피하게 되고, 몸에 부담이 될까 봐 약속 자체가 부담스러워졌다. 그래도 나름 스트레스를 덜 받겠다고, 주변에 아예 이 질환에 대해서 오픈하고, 상담하며 이겨낸 것 같다. 가족, 친구, 직장동료들도 같이 걱정해주며, 차도가 있을 때면 함께 기뻐해 줘서 힘이 되었다.


1. 절대 금주(한 방울도 X) - 모든 의사 선생님들이 강조하신 거

2. 미지근한 물로 샤워(뜨거운 물 X) - 병을 악화시키지는 않으나, 뜨거운 물이 혈액순환을 도와, 순간적으로 반점이 붉어지는 증상이 심해진다고 한다.

3. 매운 음식 X - 몸에 열을 내어 붉은 반점이 더 생기거나 심해질 수 있다. 참고로 장밋빛 비강진이 시작된 9~10월에 유독 마라샹궈, 라면 등 매운 음식을 많이 먹었는데, 그때 관절 쪽 피부가 타는듯한 느낌이 들며, 넓게 반점이 생겼다.

4. 충분한 수면 - 이전까지는 하루에 7시간 정도 잤는데, 1월부터 무조건 1시간 더 일찍 잠자리에 들어 8시간 정도 수면을 취했다. 확실히 컨디션이 좋아졌다. 본인의 수면에 방해가 되는 행동들은 무조건 피하고 잘 쉬는 게 좋은 것 같다.

5. 피부에 자극이 되는 화장품/샤워용품 등 사용 X - 피부에 자극을 최소화하는 게 좋다고 하여, 샤워할 때 샤워타월도 일절 안 쓰고 손과 비누만 사용해서 씻었다. 원래 사용하던 바디워시도 안쓰고 '코코넛비누'로 샤워하고, 충분한 보습을 위해, 바디로션도 '코코넛 오일'로 바꿨다. ㅋㅋ 이것 때문에 좋아졌다고 말하긴 힘들지만, 확실히 보습은 잘 돼서 흉 안 지고 나을 수 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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