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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8일부터 27일까지 약 3주간 다녀온 인도 여행기를 이제야 포스팅한다. 두달이나 흐른 후에야 인도여행기를 작성하는데, 이 이유는 나중에 ...

...

그럼 인도여행기 시작!!!

내가 꿈꾸던, 이번 여행의 주된 목적이였던 타지마할 사진,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Taj_Mahal#/media/File:Taj_Mahal_(Edited).jpeg


위와 같은 아름답고 신비로운 타지마할을 마음에 그리며,  한편으로는 인도는 성범죄의 소굴이라는 주변의 편견에 반발하여, 패기있게 인도를 퇴사기념 여행지로 정했다. 한 친구는 정말 심각하게 "진짜 가지마"라고 말하며, 내 여행을 반대했는데, 오히려 내 의지를 강하게 해줬다. "너 나 무사히 다녀오면 너 기념품은 없다!"라고 큰소리 치며 떠났다. 


물론 겁났다. 하지만 인도는 전세계에서 매년 약 8백만만명의 여행자가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고, 또한 많은 솔로 여자 여행자의 목적지이기에 내가 조심만하면 안전히 다녀올 수 있다고 믿었다. 


중국동방항공을 이용하여, 상해를 경유해 델리로 비행했다. 상해에 잠깐 경유하고, 기내식 먹고 쿨쿨 자다보니 금새 델리였다. 그런데 랜딩하기 직전이 되자 후회가 밀려왔다.  덜컥 겁이나기 시작했다.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어려움이 닥칠 것 같은 막연한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내가 왜 인도에 오겠다고 했을까, 아직 못 가본, 안전하고 아름다운 여행지들 많은데...'


갑자기 패닉이 와도 어쩔 수 있나... 밤 8시 30분, 델리의 인디라 간디 공항에 도착했다. 손 모양의 조형물이 인상깊었다. 힌두교에서는 손모양마다 의미하는 바가 있다고 들었는데, 일련의 손들이 어떠한 의미를 나타내고 있는 것 같다. 


델리 인디라 간디 공항


"나는 여행고수다"라는 근자감으로 루피는 안챙기고 달러만 들고 갔다. 현지에서 환전할 생각이였다. 유심도 없었다. 원래 공항에 도착하면 와이파이를 사용해서 우버를 부를 계획이였다. 하지만 와이파이에 연결하려면 핸드폰 인증때문에 인도 현지번호가 필요했다. 공항에 보이는 인도 사람들한테 잠깐 번호를 빌려서 해볼까도 생각했는데, 하나같이 너무 잘생겨서 말을 붙일 수 없었다.

 

 '다들 발리우드 배우같이 생겼잖아... 진짜...'


(혼자 여행했다보니 혼잣말이나 마음속 생각이 많다...)


현금이 없으니 카드결제를 하기위해 공항내 프리페이드 택시를 찾았지만 카드를 안받았다. ATM도 먹통이였고 조작방법도 몰랐다. 숙소로 가는 택시를 잡을 길이 없었다. 점점 시간이 늦어지니 마음만 조급해졌다. 


일단 공항 밖으로 나가볼까도 했지만 한번 나가면 공항으로 재입장이 불가능해서 안에서 발만 동동 굴렀다. 

다시 프리페이드 카운터에 문의해보니 공항 밖에 있는 프리페이드 택시 카운터에서는 카드 결제가 가능하다고 했다.


프리페이드 택시 간판, 찍은사진이 없어 인도고아의 프리페이드 택시 간판으로 대체했다. 공항을 나가 이 색깔의 간판을 찾아가면 프리페이드 택시를 탈 수 있다. 출처: https://www.flickr.com/photos/fn-goa/5503285232


혹시라도 밖에서도 카드를 안받으면 어쩌나 걱정됐지만, 하는 수 없이 나갔다. 그런데 왠걸 공항 밖의 카운터에 가서 물어보니 카드결제가 안된단다.  


나 : (억울한 표정을 한껏 지으며)"공항 안에서는 여기로 오면 카드 결제 된다고 했는데?!"(동공지진)

프리페이드 카운터 직원 : (밑에 숨겨두었던 카드결제기를 꺼내며 카드 달라는 눈짓) 

나 : ...(놀란 가슴 쓸어내리며 카드를 준다...)


왜 애를 먹이는 걸까... 혹시라도 앞으로 여행하시는 분들 중 공항 밖의 프리페이드에서 카드를 안받으면 꼭 몇번 더 우겨보시길 바란다. 


작은 밴을 배정받았다. 400루피 정도였던 것 같다. 얼굴에 장난기가 어린, 나이가 지긋하고 덩치가 큰 택시기사가 다가왔다. 내 가방은 뒤에다 두고 나는 자기 옆에 타랜다. 탔다.


숙소는 락스미 나가(Laxmi Nagar)역 근처의 조이스 호스텔(Joey's Hostel) 이였다. 뉴델리 시내를 거쳐가는 먼 거리였다. 차까지 밀려 1시간 넘게 걸렸다. 기사는 콜록콜록 거리며 몸을 바짝 핸들에 붙이고 불안하게 운전했다.


 숙소가는 택시 안에서 #1.

기사 : (안전벨트를 매려는 나를 보고 유난이라는 듯이 웃으며) "괜찮아. 나 운전 잘해~^^"

나 : (웃으며) "그래도 매야지~^^^^"  

숙소가는 택시 안에서 #2.

기사: (콜록콜록 기침을 계속하더니) "너 담배 펴?"  

나 : (억지로 참게하면 오히려 운전에 위험할 것 같아서) "난 안피지만 넌 펴도 돼"

기사: (방긋 웃으며 담배를 꺼내고) "고마워, 넌 진짜 안펴?"

나 : (응 ... ^^ )


중간중간 어디서 왔냐, 처음이냐 물어봐서 대답했지만 밤 9시가 넘어 델리의 숙소를 찾아가는 마당에 친절하고 재밌는 대화를 이어가기 힘들었다. 장시간 비행으로 지쳤고, 마음이 불안했다. 오기 전에 뉴스에서 본 것 같은, 주변에서 조심하라며 해주던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바짝 긴장하고 어둠속에서 주위를 계속 확인하고 있는데,... 깜짝 놀랐다. 내가 앉은 쪽인 왼쪽 사이드 미러가 접혀있었다. 도로는 차들과 뚝뚝이 오토바이로 혼비백산인데, 운전기사 쪽 사이드미러만 펼쳐있었다. 30분 넘게 한쪽이 접힌채로 달리고 있었구나... 너무 황당하니 웃음이 났다.


숙소가는 택시 안에서 #3.

나 : (접혀있는 사이드미러를 가리키며) "이거 펴줄까?(제발)"

기사 : "아니, 괜찮아!^^"

 나 : '응...?'


원래 이렇게 운전하는 거겠지, 오히려 뒤에 어떤 상황인지 보면 운전하기 힘든거겠지(?) 나름의 이유를 찾으려 노력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10시가 넘어서 호스텔에 도착했다. 락스미나가 역에서 걸어서 5분정도 걸렸다. 택시에서 내린 후, 영~차 배낭을 매고 기사에게 인사를 했다. 기사도 내려 내 짐을 챙겨주더니 악수를 한다. 


기사 : (악수한채로 자기 한쪽 볼을 가리키며) "여기 볼에 뽀뽀해줄래?"

나 : (어이없고 황당하다는 웃음을 터뜨리며) "싫어~~~~!(NOOOOOOO~~~!)"  

기사 : (멋쩍게 웃으며) "그럼 즐거운 여행해."


휴 ~ 한숨 돌렸다.  기사가 더 고집부리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숙소로 걸어가는 내내 아직 출발하지 않은 택시때문에 뒷통수가 따가웠다. 


앞으로 인도를 여행할 여성 여행자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해야되겠다. 이후 숙소에서 만난 캐나다 여성 여행자의 말을 빌리면, 인도 다른 도시에서는 전혀 이런 일이 없었는데(이미 리쉬케시, 암리차르 등 에서 수개월 머무르다 온 상황), 델리에 오자마자 달리는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엉덩이를 잡혔다고 했다. 물론 다른 도시에서도 조심해야겠지만 특히 델리에서 성추행, 성희롱이 많은 것 같으니 더 경계해야겠다. 


조이즈 호스텔의 간판, 밤에도 불이 들어와있어 찾기 쉽다.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wGS9krOME0Y


긴 비행 후 공항에서 헤매고, 불안하고 아찔하게 밤택시를 탄 후에 드디어 숙소에 도착했다. 인도에 도착한지 채 4시간이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많은 걸 겪은 것만 같았다. 앞으로 어떤 재밌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 있을지 기다려지는 밤이였다. 




 다음 날 여행기!

2018/04/01 - [직감적 여행/인도 북부 (2018. 01)] - [퇴사하고 떠나는 여자혼자 인도여행 2일차] 델리 시내, 아소칸 기둥, 간디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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