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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에서의 마지막 날!! 바라나시로 가는 기차가 저녁에 출발해서, 오후에 뉴델리 역에 짐을 맡기고 올드델리 주변을 돌아다녔다.  올드델리의 붐비는 거리, 이슬람 사원인 자맛맛지드, 레드포트(입구까지만...)를 열심히 구경하던 중, 100달러짜리 지폐를 한장 잃어버리는 너무나도 가슴아픈 날이기도 했다... 원래 여행 끝나면 당시 쓴 돈에 관한 기억은 잘 안 나는데, 이 때를 생각하면 아직 허탈한 기분이 든다... 어찌되었던 씁쓸하게 델리여행을 마무리했다. 저녁때 바라나시로 가는 기차를 아슬아슬하게 잡아타고 장장 11시간+5시간 동안 달릴 기차에 몸을 실었다.  



델리여행 4일차

1. 뉴델리 역에 짐 맡기기

2. 가장 바쁜 곳, 올드델리

3. 이슬람 사원, 자마맛지드



1. 뉴델리역에 짐 맡기기


델리의 숙소인 조이스 호스텔Joey's Hostel을 떠나며 마음으로 외쳤다. 

안녕 ~ 조이스 호스텔, 다시는 만나지 말자! 

락쉬미나가르Laxmi Nagar역 근처에 위치한 조이스호스텔Joey's Hostel.

조이스 호스텔은 높은 평점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받은 인상이 안 좋았다.  일단, 공동으로 사용하는 거실(?)이 너무 시끄러웠다. 여행자들이 거기서 쉬는 모습은 거의 못 봤고, 스태프들의 친구들만 놀러와 밤늦게까지 놀고는했다. 방을 같이 쓴 캐나다 친구가 밤에 견디다 못해 조용히 해달라고 말했지만, 전혀 조용해지지도 않았다... 또한 숙소에 돌아오면 침대가 아닌 공용 공간에서 쉬고 싶었는데, 이미 그 친구들이 널려있어서 침대로 직행해야만 했다. 

호스텔의 분위기도 우중충했다. 원래 호스텔을 사용하는 이유가 아늑하고 발랄한 분위기에서 여행자들과 교류하는 것인데... 일단 공용 공간이 다 차지됐으니... 조이스 호스텔은 총 3개의 층으로 이뤄져있는데, 첫 번째 층은 침실과 거실, 두 번째 층은 침실과 거실, 주방으로 이뤄져있다. 꼭대기는 옥탑으로 쉴 수 있는 곳이 작게나마 마련돼있으나 좀 부실해보였다. 그 누구도 나가서 쉬는 걸 못 봤다.

이 호스텔의 좋은 점은 따듯한 물이 나온다는 것, 역에서 가깝다는 점이다. 온수는 좀 오래 기다려야 되긴 했지만 쓸 만했는데, 이 또한 한 유럽여행자는 엄청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또 다른 장점은 숙소 주변에 식당이나 상점들이 많아 편리해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사용은 하지 못했다.


호스텔을 떠나 뉴델리 역에 도착해 역 앞의 광경을 처음 마주하고 압도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동하고, 짐을 들고 서있고, 앉아 있었다. 사람이 많기도 한데, 내가 지나갈 때마다 전혀 거리낌 없는 빤히 쳐다보는 시선 때문에, 매우 부담스럽고 긴장됐다. 더욱이 여행자들이 역에서 소매치기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어 더욱 긴장한 채 안으로 들어갔다. 

뉴델리 역 앞의 모습.

건물 안 역시 사람들로 가득했다. 짐을 맡기기 위해 짐보관소(클록룸, Cloak Room)를 찾아갔다. 클록룸은 뉴델리 역 건물에 들어간 후, 검문 게이트를 지나야 찾을 수 있다. 좀 헤매다 직원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물어봤더니 게이트를 통과해 왼쪽으로 쭉 걸어가라고. 그대로 따라가니 찾을 수 있었다.

뉴델리 역 내부 모습.


클록룸은 이미 짐을 맡기려는 사람들이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인도의 재밌고 당황스러운 점은, 사람들이 줄을 잘 안 선다는 것이다. 비록 줄을 섰다고 해도, 뒤에 사람이 먼저 치고 나갈 수도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둬야한다. 만약 여유있게, 멀찍이 떨어져서 앞사람을 기다린다면 인도인들은 내가 기다리는 중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여행 초반에는 새치기하는 사람들을 막지 못했는데, 점점 요령이 생겨, 요리조리 몸으로 뒷사람을 막기도 하고, 나 역시 서둘러서, 저돌적으로 카운터에 말을 걸고는 했다. 

이때는 아직 여행 초반이니 먼저 내 짐을 맡기겠다고 나서지 못했다. 한참 기다린 후에야 나이 많은 클록룸 직원 할아버지한테 말을 걸 수 있었다. 그 와중에 다른 손님들 짐이나 영수증을 중간에서 건네주는 다리 역할을 몇 번 했는데, 클록룸 할아버지가 이게 대견했는지, 아니면 오래 기다린 게 안쓰러웠는지, 짜이 한잔 할 거냐고 물어봤다. 이럴 때 안 빼는 성격이라 좋다고 하고 짜이가 배달 올 때까지 잠깐 기다렸다 나왔다.

뉴델리역 클록룸 할아버지한테 받은 짜이. 첫 짜이였는데 진하고 달달한 게 맛있었다.



2. 델리에서 가장 붐비는 올드델리


짐을 맡기고 잠깐 짜이 한잔의 여유를 누린 후, 올드델리로 향했다. 역에서 나오면 잠깐 동안 잔디밭으로 이뤄진 공원이 보인다. 수많은 인도인 가족들, 연인들이 햇볕을 즐기고 있었는데... 마음이 안 좋은 점은, 곳곳에 쓰레기가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쓰레기 문제는 여행 내내 마주했고, 그때마다 안타까워 신경 쓰였다. 

올드델리 거리로 나가면 먼저 옷가게들이 즐비해있다. 한참을 걸었는데도 옷가게들이 끝날 기미가 안보였다. 그만큼 많은 상점들이 있었다. 상점들만큼이나 거리에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 잠깐도 사진을 찍기 위해 멈춰 설 수 없었다. 

바쁜 올드델리의 모습.

역시 올드델리의 모습. 자세히 보면 옷과 원단을 파는 가게들을 볼 수 있다.

옷가게와 책방, 문구점들을 지나 한참을 걸으니 배가 고파져 노점에서 끼니를 해결했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인도인 커플이 먹고 있길래 그들 덕에 왠지 마음이 놓여서 선택했다. 노점상이 영어를 잘 못해, 인도 커플의 도움을 받아 음식을 주문했다. 

올드델리에서 끼니를 해결한 노점.

곧 커플은 떠났고, 노점에서 혼자 음식을 먹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길목이었는데, 꼭 동물원 원숭이가 된 기분이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물론, 옆에서 어떤 걸 팔고 있던 한 인도인도 나를 흘끔흘끔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앞으로 여행하려면 익숙해져야겠지...!!!

올드델리 노점에서 먹은 음식.

맛있게 잘 먹고, 계산을 하려고 가격을 물어보니 나에게 음식을 해준 조금 어려보이는 노점상은 20루피를 불렀다. 이를 들은, 아까부터 나를 지켜보던 옆의 인도 아저씨가 그 상인에게 한마디 하더니, 나에게 다시 30루피라고 손짓을 해 보인다. 

외국인이니까 좀 더 받으려고 하는구나...

하지만 착하고 어린 노점상인은 20루피면 된다고 고집했다. 후훗 고마워라. 덕분에 20루피라는 아주 저렴한 가격에 맛있고 든든하게 점심을 해결할 수 있었다. 메뉴 이름은 모르지만 매콤한 게 맛은 정말 좋았다. 



3. 이슬람 사원 자마맛지드 Jama Masjid


올드델리 시장과 자마맛지드 사이에서.

올드델리의 바쁜 거리에서 벗어나 근처의 자마맛지드로 향했다. 올드델리 시장통과 바로 붙어있어 걸어갔다. 자마맛지드 주변도 역시 엄청 붐볐다. 그래서 조심해야한다. 

자마맛지드 입구를 찾아 걸어가는데 왠지 엉덩이에 지속적인 툭툭 건드리는 느낌이 났다. 처음엔 '너무 사람이 많아 모르고 그런 건가?' 싶었는데, 그러기엔 너무 지속적이고 규칙적으로... 느낌이나 돌아봤다. 어떤 인도 남자가 태연하게 앞을 보며 바로 뒤에서 걷고 있었다. '아오 빡쳐...' 분명히 일부러 그런 건데, 차마 소리 지르고 혼쭐을 내줄 용기가 안나, 아마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그 사람이 먼저 지나가게 했던 것 같다. 

지금에야 친구들한테 웃으면서 이 얘기를 해주는데, 당시에는 황당하고, 사원으로 들어가기까지 불안했다. 솔로 여성여행자들에게 조심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은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라고는 마땅한 해결책을 제시 못하겠다. 

다만 사람이 붐비는 곳에선 성희롱, 성추행 같은 불쾌한 일이 일어날 수 있음을 꼭!! 염두에 두어야할 것이다. 

혼돈의 인파 속에서 사원 입구를 찾았다. 안도감이 들었다. 사원의 계단을 올라가니, 관리자로 보이는 사람이 외국인이 입장할 수 있는 시간이 따로 있으므로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마맛지드 모습.

기다리고 있으니 아까 그 관리인이 다가와 입장을 도와줬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입장료도 꽤 비쌌고(200루피 정도...?), 본인들이 가이드를 해줘야한다며 가이드 비용까지 요구할 참이었다. 일단 가이드를 받았는데, 설명이 매우 부실했다. 영어 소통도 잘 못했다. 그래도 사진도 찍어주고 사원 내부까지 들어가게 도와주긴해서 팁을 주려는데, 또 비싸게 요구한다. 많이 줘봤자 50루피 주려고 했는데, 100루피여야만 한다고 고집했다. 사원에서 싸우기 싫어 100루피를 팁으로 줬다... (이게 이후 멘붕의 근원이 될 줄 모른 채...)

자마맛지드 모습 2.

가이드가 떠난 후 사원 벽 쪽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데, 가족여행 온 남매가 말을 건다. 나이는 7살 전후로 보였다. 어디서 왔는지, 혹시 두바이에서 왔는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그럼 두바이를 가봤는지 물어본다. 아마 이 아이들에겐 두바이가 몇개 아는 나라 중 하나이고 가보고 싶은 나라인가 보다. 천진무구하게 질문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나도 아이들에게 이름이 뭔지, 몇 살인지, 어디서 왔는지 물어봤다. 똑똑하게 대답을 잘했다. 

자마맛지드 모습 3.

인도에 와서 궁금하던 것들도 물어봤다. 바로 종교와 인사말. 인도에 어떤 종교가 있는지, 어떻게 인사해야하는지 미리 알아보지도 않고 와서, 자신 있게 현지어로 인사를 못하던 중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힌두와 힌디의 차이점, 어떻게 인사하는지, 이슬람교들도 많은지, 이슬람 사람에겐 어떻게 인사하는지, 그 외의 종교인 사람들에겐 어떻게 인사하는지 물어봤다.

꽤 어려울 수 있는 질문인데, 너무 명랑하고 똘똘하게 대답하고 설명해줬다. 본인들이 모르는 건 옆에 있는 엄마아빠한테 물어본 후 쫄래쫄래 내게 와서 알려줬다. 설명해준 내용을 모두 이해하진 못했지만,  친절하고, 똑똑한 아이들이 대단해보였다. 나도 공부 좀 하고 갔었어야 했는데... 이 아이들 덕에 인도에 대해서 알고 싶은 욕구가 솟아났다. 

자마맛지드에서 레드포트를 바라본 풍경.

자마맛지드 관람도 마치고 아직 바라나시행 기차시간이 안되어 레드포트Red Fort까지 둘러보기로 했다. 사진에선 꽤 멀어 보이지만 막상 걸으면 20분이 채 안 걸린다. 걸어가는 동안 자마맛지드와 레드포트 사이에 늘어선 시장들 구경하느라 지루할 틈이 없었다. 옷, 가방, 양말, 속옷, 신발, 길거리 음식 등 다양한 것들을 팔았다. 

자마맛지드에서 레드포트로 가는 길. 시장으로 붐빈다.

레드포트에 도착해서 티켓을 사려고 돈을 꺼내는데, 100달러가 안보였다. 아직 루피로 환전하지 않은 달러를 지니고 다녔는데, 100달러가 비었다. 갑자기 멘탈이 쪼개지며, 탈탈 털리기 시작했다. '혹시 클록룸에 맡긴 짐에 들어있나?'도 생각했는데, 그럴 리가 없었다. 왜냐면 아까 자마맛지드에서 입장료를 낼 때는 분명히 보았기 때문이다. '그럼 자마맛지드 입장료를 낼 때 떨어뜨리거나, 잘못 줬나?' 하지만 자마맛지드 가이드가 끝나고 팁을 줄때도 본 것 같았다. 그렇다면... 

............................... 팁 100루피를 100달러로 잘못 줬나????

너무 허탈해서 화도 안 나고, 걸어 다닐 의욕만 완전히 사라졌다. 레드포트 매표소에서 나와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다시 자마맛지드로 찾아갔다. 너무 피곤했지만 얘기는 해봐야할 것 같았다. 자마맛지드 계단을 올라가 아까 그 가이드를 찾았다. 하지만 그 친구는 자리에 없었다. 다른 관리인에게 상황을 설명했지만 '이 사원에 다시 입장하려면 입장료를 내야한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사원을 구경하려는 게 아니라 아까 나를 가이드해준 사람을 찾고싶다고 말했지만, 말이 통하지 않았다. 

그 가이드는 그 날 밤 파티를 열었을까...? 아니면 뚝뚝이를 한 대 장만했을까? 

너무나도 바보 같은 실수를 했더니 정신을 가다듬을 시간이 필요했다. 코넛플레이스로 돌아가, 차 한 잔과 빵으로 허기를 달랬다.  짜이 포인트Chai Point라는 카페였다. 짜이 포인트 직원이 내 이름을 우습게 부르며 분위기를 띄웠지만, 그 상황에선 모든 게 블랙코미디 였던 것 같다.  바라나시로 떠나기 전 델리의 기억이 이거라니 씁쓸했다.  

코넛플레이스에 위치한 짜이 포인트Chai Point에서 주문한 짜이와 치킨이 들어간 빵.




 다음 날 여행기!

2018/04/15 - [직감적 여행/인도 북부 (2018. 01)] - [퇴사하고 떠나는 여자혼자 인도여행 5일차] 인도 기차 여행, 바라나시 도착, 밤의 갠지스 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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