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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텔에서 만난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즐거운 조식시간을 가졌다. 원래 조식 먹는 시간을 좋아하는데, 재밌는 친구들까지 만난 것이다. 바라나시 오늘 기차 안에서 만난 인도인들이 꼭 가보라고 추천한 싸나쓰를 방문했다. 호스텔에서 만난 리와 함께 갔는데, 오랜만에 고요하고 평화로운 느낌을 한껏 만끽했다... 그렇다. 인도에 오면 고요함, 평화로움을 은근히 찾기 힘들다.(ㅋㅋㅋ) 그리고 리가 떠나기 전날 밤!!!



인도여행 6일차, 바라나시여행 2일차

1. 고스톱GoStops 호스텔에서의 즐겁고 영성으로 가득한 조식시간

2. 평화로운 싸나쓰Sarnath 방문기

3. 중국친구 리와의 마지막(?) 만찬



1. 고스톱GoStops 호스텔에서의 즐겁고 영성으로 가득한 조식시간


호스텔 테라스에서 조식을 먹으며 만난 친구들과 예상치 못한 즐겁고 힘이 되는 대화를 나눴다. 리와 베트남계 일본인으로 매우 자유분방해 보이는 투쉬Tushi라는 친구, 그리고 이름은 모르는 영국인친구와 함께 이야기했다. 

먼저 테라스에는 투쉬와 리가 일찍이 아침을 다 먹고 인도 담배를 시도해보고 있었다. 나에게도 권해서 몇 모금 시도해봤다. 하지만 역시 멋지게 피는 건 무리다. 반도 못 피고 콜록콜록 거리며 슬쩍 꺼버렸다.

곧 영국 온천도시 바스Bath에서 에어비앤비를 운영한다는 친구도 우리 테이블에 합류했다. 이미 세 명은 아는 사이였다. 영국 친구는 매우 정신적인, 영감을 주는 사람이었다. 이미 내 나이 또래의 자녀들이 있고, 혼자 여행 중이었다.  이 친구와 진로, 여행, 갭이어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 영국친구와의 '진로'에 대한 대화

영국친구 : 왜 혼자 여행 중이야?

나 : 직장 다니면서 진로에 대한 고민이 깊었는데, 여행하면서 생각을 정리해보고 싶었어.

영국친구 : 맞아, 가끔씩은 하던 일을 멈추고, 돌이켜보고,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해. 나도 내 아들, 딸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진로에 대해 고민할 때 비슷한 조언을 해줬거든. 뭘 할지 모르겠으면 여행을 가고, 갭이어를 가지라고.

나 : 네 아들, 딸은 행운아다.  난 사실 가족들이랑 진로에 대해 갈등이 커서 고민이었거든. 예전에 하고 싶었던 일이 있었는데, 가족들이 반대해서 그만뒀어.

영국친구 : 네가 정말 원하던 거면 가족들이 반대해도 할 수 있잖아?

나 : 응 그렇지. 근데 부모님 동의가 필요한 일이였거든. 서류로...

영국친구 : (눈을 굴리며)성인이 결정하는데 왜 부모님 동의가 필요한 거지? 이번에 3주 만 여행하지 말고 좀 더 길게 여행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건 어때?

나 : 응 정말 그러고 싶어. 어차피 비자 기간도 남았으니까, 생각해봐야겠어. 그런데, 영국과 다르게, 한국에서는 나이 먹는 거에 대해서 매우 민감하게 반응해. 그래서 갭이어를 가진다고 하면 많이들 "그래서 취업은?!, 결혼은?!, 아기는?!" 물어볼 거야.

영국친구 : 하지만 결국 중요한건 너의 의견이야. 우리 애들도 갭이어를 가졌지만 지금 일하며 잘 살고 있어. 뭐... 지금은 또 지금 나름대로 일하기 싫다, 힘들다 투정이지만. 

당시 꽤 긴 대화를 했는데, 지금 기억나는, 요약된 버전은 위와 같다. 이 친구는 내게 진짜 원하는 것을 좇으라는 용기를 주고 싶었던 것 같다. 대화하면서 이 친구의 단순하고 긍정적인 태도에 마음이 많이 편해졌고, 실제로 용기가 생겼다.  곧 이어 그 친구가 하는 에어비앤비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이 또한 매우 흥미로웠다. 

# 영국친구의 에어비앤비 이야기

나 : 그래서 너는 영국에서 뭐해?

영국친구 : 런던 근처에 바스Bath라는 휴양도시 알아? 

나 : 바스? 아니, 처음 들어보는데. '목욕하다Take a bath' 할 때 그 '바스bath'야? 

영국친구 :  응 맞아. 온천으로 매우 유명한 곳이야. 매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고. 거기서 에어비앤비를 운영해.

나 : 오 정말? 영국에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 있는 줄은 몰랐네! 런던은 가봤거든. 그런데 바스는 몰랐어. (구글 지도에 찾아보며) 여기 이 도시 맞아?

영국친구 : 응 거기야. 

나 : 우와, 정말 좋아 보인다. 가보고 싶은데? 그래서 여기서 에어비앤비를 운영한다고?

영국친구 : 응 작은 부티크 호텔이야. 규모가 작은 만큼 손님 한 명, 한 명을 진심으로 대하려고 노력해. 

나 : 대단한데? 그래도 여러 손님 맞이하다보면 무례한 사람들도 많지 않아?

영국친구 :  응, 많지. 하지만 그 사람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진심을 다해 그에게 더 친절하게 서비스하는 거야.

나 : 어떻게?!(진심으로 믿기 힘들어서) 나는 무례한 사람에겐 불친절하게 대하고, 친절한 사람에게만 친절하게 대해지던데.

영국친구 : 그게 노력이 필요한 점이야. 예를 들어, 손님이 여행에 지쳐서 퉁명스럽게 말한다거나, 호텔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을 때가 있잖아. 이러한 손님을 만나면, 그에게 식사를 내어줄 때 더 정성을 들이고, 그 손님이 보살핌 받는다는 느낌을 주기위해 온 정신을 집중해야해.

나 : (경외심과 함께)정말 그런 태도를 배우고 싶다. 나와는 또 다른 수준에서 손님을 응대하는 것 같아.

영국친구 : 호텔이 단순히 먹고 자는 곳이 아니라, 좀 더 정신적인spiritual 곳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거야.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매우 일차원적인 태도로 사람을 대하던 나에게, 사람을 대하는 것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심어주었다. 이러한 영국친구의 마음가짐에 적잖이 놀라던 중, 우리 대화를 지켜보던 투쉬는 느닷없이 나에게 마사지 받아봤냐고 물었다. 

# 투쉬, 영국친구와 나눈 인도남자 이야기

투쉬 : 그래서, 아직 인도 마사지 안 받아봤어?

나 : 응 아직. 왜? 괜찮은데 있어?

투쉬 : 응, 가트로 나가기 전에 위치한 곳인데, 내가 가봤거든. 거기서는 남자 마사지사도 요청할 수 있어.

나 : 응?ㅋㅋㅋㅋㅋㅋㅋㅋ 남자 마사지사?

투쉬 : 응 좋아~. (코찡긋) 한 번 도전해봐.

나 : ㅋㅋㅋㅋㅋㅋ 난 괜찮을 것 같아. 여기서 인도 남자들한테 시달려서 피곤해.

투쉬 : 인도 남자들이 얼마나 친절한데. 여행 온 김에 인도 남자친구도 만들어봐~

나 : 정말로 친절한 거 맞아? 난 인도 남자들 속내를 모르겠던데. (사실 알지)

영국친구 : 아니, 우리 방금까지 진로와 영성에 대해서 매우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던 중이었는데, 너는 인도남자친구 만들라는 얘기나 하는 거야?

투쉬 :  왜~? 엄청 중요한 얘긴걸.

투쉬와의 대화로 인해 급하게, 깊은 대화에 잠겨있던 정신이 깨어났다. 정말 재밌고 자유분방한 친구다. 투쉬와 영국친구가 서로 토닥이는 걸 보며, 리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날도 무계획이던 리에게 싸나쓰에 같이 가자고 제안했다.



2. 평화로운 싸나쓰Sarnath 방문기


호스텔에서 잡아준 배정해준 뚝뚝이를 타고 리와 함께 싸나쓰로 향했다. 뚝뚝이로 30분정도 걸렸다. 가는 도중 인도 여학생들이 합승해서 작은 뚝뚝이에 기사까지 5명이 타고 달리기도 했다. 

뚝뚝이 기사는 우리를 싸나쓰 박물관 앞에 내려주고 자기는 주변에서 기다린다고 했다. 2~3시간 정도 후에 만나기로 약속했다. 우린 박물관을 둘러보고 바로 유적지로 들어갔다. 

싸나쓰 유적지 풍경

싸나쓰는 부처가 처음으로 설법을 전파한 곳이라는 역사적 의의를 가진다. 하지만 당시 여행할 때는 이러한 사실도 잘 모르고 방문했다. 단지 여행에서 만난 친구와 조용한 곳에서 이야기 나눌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다. 

다메카 사리탑The Dhamekha Stupa

어쩌면 인도여행을 상상할 땐 굉장히 영혼 충만한, 조용하고, 평화로운 모습을 상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막상 여행해보면 부리부리한 눈으로 신기하게 쳐다보는 인도사람들, 같이 사진 찍어 달라고 졸라대는 인도 남자들, "마담~마담~ 뚝뚝?" 호객행위를 멈추지 않는 뚝뚝이 기사들, 도로에서의 끊임없는 경적소리 등 심신을 피로하게 하는 것들을 하루 종일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 싸나쓰가 좋았다. 사람이 적고, 넓어서 조용하게 쉴 수 있다. 흩어져있는 건물의 잔해들은 신비하고 아름다웠다. 리와 함께 이곳저곳 거닐고, 앉아서 쉬며 이야기했는데, 금세 뚝뚝이 기사와 약속한 시간이 되었다.



3. 중국친구 리와의 마지막(?) 만찬


싸나쓰에서 바라나시 시내로 돌아왔다. 어제 세탁소에 빨래를 맡겼는데, 리와 빨래도 찾고, 리가 보드가야Bodhgaya로 떠나기 전 마지막 저녁식사를 같이했다. 

바라나시 시내에 있는 세탁소를 이용했는데, 사실 고스톱 호스텔에서 제공하는 세탁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낳았을 것이다. 세탁소에 직접 맡기면 더 저렴할 줄 알았다. 하지만 역시나 바가지가 심했다. 흥정해서 겨우 호스텔가격과 비슷하게 만들었고 흥정한 게 아까워 세탁소에 맡겼는데, 아마 다시 이용하게 된다면 맘 편히 호스텔 세탁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다. 

보드가야라는 도시는 부처가 깨달음을 얻는 걸로 유명한 불교도시이다. 이곳에 방문하면 부처가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었다는 보리수나무를 볼 수 있다고 한다. 후에 리와 연락하며 알게 됐는데, 리는 이곳에서 달라이라마를 봤다고 한다... (부럽다)


리와 함께한 저녁식사.

우리는 투쉬가 추천해준 숙소 근처 식당으로 갔다. 리는, 좀 더 나이가 많은 자기가 대접하겠다고 고집했다. 손윗사람이 대접하는 것이 중국의 문화인가보다. 또, 음식도 푸짐하게 시킨다. '이것도 중국문화인가?' 하여튼 리 덕분에 배부르게 먹었다. 

내일 오전 일찍 리는 보드가야라는 불교 도시로 떠나기로 되어있었다. 그래서 떠나기 전에 함께 식사를 한 것이다. 하지만 사실 이 식사가 우리의 마지막 만찬은 아니었다. 리와는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고, 얼마 전엔 한국에 놀러온 리와 비오는 추운 날 가로수길도 구경하고 한식도 같이 먹었다. 다음엔 중국에서 봐야지.

호스텔로 돌아와 바라나시에서 자이살메르로 가는 비행기 표 예매를 시작했다. 스파이스제트Spice Jet를 이용했다. 역시나 쉽지 않구나. 노트북으로 예매를 하는데, 인터넷도 느리고, 가까스로 결제 페이지에 다다르면 결제 오류에 막혔다... 하. 반복, 반복, 또 반복... 원래 예매를 마치고 리와 차도 마시고, 호스텔 루프탑 파티에도 가기로 했는데...

거의 2시간에 예매에 성공했다. 인도에서 무언가를 예매하는 건 정말 인내심이 많이 필요한 일이구나... "루프탑 파티 안녕~! 리도 안녕~!"

이전 기차예매와 마찬가지로 이번도 딱히 예매성공 비결이 없다. (기억이 안 난다.) 다만 VISA 나 MASTERCARD를 있는 대로 다 가져가서 시도할 수 있는 카드의 옵션을 여러 개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기차예매를 할 때와 같이 농협 MASTERCARD는 유독 결제가 느리고 절대로 결제가 되지 않았다!



★ 다음날 이야기!

2018/04/25 - [직감적 여행/인도 북부 (2018. 01)] - [퇴사하고 떠나는 여자혼자 인도여행 7일차] 갠지스 강가에서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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