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갠지스강가를 거닐며 하루를 보낸 날이다. 갠지스 강가는 하루, 이틀, 일주일, 한 달... 얼마나 오랜 기간을 보내도 지루하지 않은 매력을 지닌 곳인 것 같다. 



인도여행 7일차, 바라나시여행 3일차

1. 여전히 즐거운 고스톱 호스텔에서의 조식시간    

2. 갠지스 강가에서의 하루 (+뱃사공이 들려주는 신비하고 무서운 갠지스 이야기)



1. 여전히 즐거운 고스톱 호스텔에서의 조식시간    


쌀쌀했던 어제와 다르게, 햇살이 따듯한 아침이었다. 인도 전역에서 연날리기 대회가 있던 날이다. 리는 떠났지만, 영국친구와 투시는 여전히 티격태격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티벳 스님을 만나러 가는 투시와 신문을 읽는 영국친구는 서로 놀려댔다.

# 여느 때처럼 즐거운 고스톱 호스텔의 아침식사

투시: (신문 읽는 영국친구를 보며) 너 일하는 중이야? 왜 여행 와서 일을 해?

영국친구: (당황하는 기색 없이) 그냥 신문 읽는 중이야.

투시: (안경 고쳐 쓰는 모습을 흉내내며) 일하는 중이잖아~? 

영국친구: 신문도 못 봐? 일하는 거 아니라니까~ 그냥 신문 읽는 거야.

투시: 아니야 넌 일하는 거야. (신문 읽는 영국친구를 흉내 내며) "음~ 난 비즈니스여성이야, 여행 와서도 일해야 해. 여긴 마치 내 사무실같아~"

영국친구: 일하는 게 아니라 신문 읽는 중이라니까. 그럼 넌 어떤 데? 너도 계속 핸드폰 보잖아! (핸드폰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투시를 흉내 내며)"음~ 오늘은 어떤 스님을 만나러갈까? 이 스님? 아님 저 스님?"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님이라니?

영국친구: 쟤 스님이랑 데이트하잖아.

투시: 티벳에서 만난 스님이 여기 있다 그래서 만나러 가려고. 너도 같이 갈래?

나: (ㅋㅋㅋㅋㅋㅋ) 미안, 난 오늘 다른 친구랑 같이 여행하기로 해서.

'인도여행을그리며' 네이버 카페에서 찾은 동행과 함께 갠지스강가를 둘러보기로 한 날이었다.  영국친구와 투시에게 혹시 강가에서 마주치면 인사하자 말하고 자리를 떴다. 


2. 갠지스 강가에서의 하루 (+신비하고 무서운 갠지스 이야기)


갠지스 강가로 나가는 길 마주친 원숭이

네이버 카페에서 동행을 구해 여행하는 건 처음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강가로 항했다. 하루 종일 강가에서 시간을 보낼 계획이었는데, 계획에 걸맞은 따듯한 날씨였다. 동행과 만나기로 약속한 가트로 계속 걸어 올라갔다. 

안개가 자욱한 갠지스 강가 모습.

강가에 알록달록한 빨래를 널어놓은 모습

곧 동행과 만났다. 인도에 위치한 한국 기업 지사에서 인턴생활을 마쳐가고 있는 래현이라는 분이었다. 다행히도! 사진 찍는걸 좋아하셔서 덕분에 좋은 사진을 많이 얻었다. 인도에서의 인턴생활에 대해 물어보고, 한국에서 일한 경험을 들려주며 가트를 따라 걸었다. 

수많은 쪽배가 위치한 갠지스의 모습

갠지스강에 대해 아는 몇 가지 모습 중 가장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화장터였다. "화장터 어디 있어요?" "진짜로 거기서 시신을 태워요?" 화장터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강가를 둘러봤다는 래현씨에게 여러가지를 물어봤다. 

화장터에 도착하니 듣던 대로 강가에서 시신을 화장하고, 그 유해를 강에 뿌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에 매료되어 한참 화장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우리뿐만 아니라 많은 여행객들, 인도인들 역시 매캐한 연기 속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참고로 이러한 관습과, 고인, 유족에 대한 존중의 의미에서, 이 장면은 촬영이 지양된다. 

화장터에는 화장을 담당하는 사람이 있는데, 인도의 불가촉천민, '달리트'가 그 일을 한다고 한다. 사실 인도에 오기 전에는 카스트제도의 존폐여부에 대해 잘 몰랐고, 막연하게 아주 조금 남아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달리트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니 인도 사회의 현실, 카스트제도의 존재를 체감할 수 있었다. 

한적하고 색감이 아름다운 갠지스 강가의 모습

화장터를 지나 계속 걸었다. 한번 인파를 지나가니 이후에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강가의 모습이 나왔다. 동행분과 걸으면서 여기가 '인도의, 아시아의 나폴리'라 불릴 만 한 곳이라고 감탄했다. 

예쁜 곳에 왔으니 사진.

계속 걸었더니 배가 고팠다. 강가를 보며 나폴리를 떠올려서 그랬나? 트립어드바이저에서 얼핏 본 것 같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생각나 그 곳으로 향했다. 

다시 강가를 따라 쭉 내려가야 했는데, 이번엔 강가를 따라 늘어져있는 골목길을 통해 아래로 내려가 보았다. 내 길 찾기 솜씨를 보며 감탄하는 래현씨 덕에 의기양양해서 길을 인도했다. 

강가 골목길에서 사먹은 길거리 음식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닿을 때까지 버틸 자신이 없어서 가면서 길거리음식도 먹었다. 인턴생활하면서 한 번도 길거리 음식을 안 먹어봤다는(!) 래현씨도 빵 하나 사먹었다. 래현씨는 용감하게(아니면 생각 없이) 길거리 음식을 사먹는 내 모습을 보더니 역시 놀란다. 

바티카 카페Vaatika Cafe에서 먹은 알리오올리오 파스타와 피자

골목길 사이사이를 열심히 걸어 내려와 마침내 바티카 카페Vaatika Cafe에 도착했다. 카페는 갠지스강가 바로 옆에 위치해서 강가를 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전망도 좋고, 음식 맛도 괜찮아서 매우 만족스럽게 먹었다. 이전에 인도에서 먹은 파스타에 질색했던 래현씨도 이곳의 파스타는 맛있다고 했다.

조금 늦은 점심을 먹으니 일몰보트를 탈시간이 다가왔다. 한국 여행자 사이에서 유명한 '철수네 보트'를 이용할지, 고스톱호스텔에서 제공하는 투어에 참가할지, 아니면 개인적으로 뱃사공을 고용할지 고민했다. 

그러던 중 단체로만 배를 타본 래현씨가 같이 뱃사공을 고용해보고 싶다고 알려줘 편하게 뱃사공을 고용하기로 결정했다. 래현씨도 타고 싶었던거겠지만, 배려해줬다는 느낌도 받아서 고마웠다. 불평 없고, 긍정적인 최고의 동행이었다!!! 물론 한 명밖에 안 만나봤지만... 감히 확신한다. 

뱃사공을 고용하러갔는데, 한 가지 재밌는 점을 발견했다. 남성과 함께 있으니 인도인들이 나에게 말을 안 건다는 것이다. 뱃삯을 흥정하는데, 나는 쳐다보지도 않고, 계속 래현씨와만 이야기했다. 처음엔 의아해서 나도 몇 번 뱃삯에 대해 물어봤는데, 답을 래현씨에게만 주었다. 

델리의 악샤드햄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당시 혼자 여행 중이었는데, 어려보이는 인도커플 하나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 중 여자는 미소만 짓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원래 수줍어하는 성격인가 궁금해 케이팝을 좋아한다는 그 여자를 보며, 어떤 가수를 좋아하는지, 드라마도 좋아하는지 물었다. 하지만 답변은 계속 남자친구가 했다. 

매우 귀엽고 상냥한 커플이었지만 당시는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사실 지금도 확실한 이유를 모르겠다. 얼핏 남편이 있는 부인을 가까이하지 않는 것이 예의라고 들어본 것 같긴 한데... 그럼 바라나시에서 내가 동행과 있을 때도 인도사람들이 커플이라고 추측하고 말을 안 건 것일까?

보트에서 바라본 갠지스 강가의 모습

가격흥정 후 아마 300~400루피 사이(개인당 150~200루피)를 내고 배를 탔다. 두 시간 코스였다. 아직은 노을까지 시간이 남아서 흥정 후 강가에서 시간을 때우다 배를 타야했다.

동행이 찍어준 갠지스강과 나

강 위의 배에서 강가를 바라보니 느낌이 사뭇 달랐다. 강가를 걸어 다니면 사람들을 좀 더 가까이서 마주하고, 그만큼 혼잡한 느낌도 받는 반면, 강 위에서는 작아진 사람들을 바라보며 좀 더 평화롭게, 넓은 시야에서 강가를 바라볼 수 있었다. 

사진찍는 동행과 뱃사공의 모습

인도에 와서 궁금했던 점을 뱃사공에게 물어봤다. 사람들이 길을 걷다가 종종 침 뱉는걸 봤는데, 그 색깔이 진한 갈색이고, 침이라기에는 양이 너무 많았다. 볼 때마다 '어디 아픈가?' 싶었는데, 뱃사공에게 물어보니, 씹어서 피는 담배라고 한다.

뱃사공은 갠지스강가의 화장 문화 이야기도 해줬는데, 좀 충격적이고 신비로웠다. 강가에서 시신을 화장하지 않는 다섯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이 다섯 종류의 사람의 시신은 불에 태우지 않고 큰 돌에 묶어 그대로 수장한다고 한다. 

1. 아기

2. 임산부(아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3. 성스러운 사람

4. 알비노

5. 독사에 물린 사람

특히 5번 독사에 물린 사람의 시신에 대해 길게 얘기해줬다. 독사에 물려서 죽으면 시신과 함께 집주소, 이름, 번호 등을 적어서 물에 띄워 보낸다고 한다. 이 시신을 주술사가 발견하면 만트라로 시신을 깨어나게 하거나 코브라를 통해 그 인육을 먹게 한다. 

(5번의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은데, 혹시 아는 분이 계시다면 추가 설명 부탁드립니다!)

뱃사공과 소통이 잘 안 되는 부분은 래현씨와 이걸까 저걸까 논의하면서 들었다. 물론 조금 부족하게 이해하긴 했지만, 이야기를 듣는 내내 놀랐다. 얽힌 이야기를 들으며 강가를 바라보니 더욱 매력적이고, 신비하게 보였다. 

강가에 떠있는 배 한 척

 참, 여기서도 여행자 지갑을 털어가려는 인도상인을 만났다. 작은 배를 끌고 와 우리 배에 붙으며 '괜찮아~'라는 뻔 한 멘트를 날리며 꽃잎이 든 그릇을 건넸다. 하지만 우린 당연히 돈을 달라고 할 거라고 생각해 안 받았다. 그런데 계속 관찰해보니 다른 배의 사람들에게도 나눠주고 돈을 안 받고 바로 떠나는 것이었다.

'진짜 공짜로 주는 건가?' 혹했다. 그 상인은 다시 우리 배로 다가왔다. 다시 확인했다. "이거 공짜라는 거지? 우린 받아도 돈 안 줄 거야." "괜찮다니까~. 괜찮아."

받았다. 그리고 그 상인은 훌쩍 떠나서 다른 보트로 향했다. "우와, 진짜 공짜로 나눠 주나봐요." 신나서 그릇을 강물에 띄워 보냈다. 잔잔해 보이는 물결에도 작은 그릇은 뒤집어질 뻔 했고, 간신히 제대로 떠가는 걸 확인한 후에야 소원을 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상인이 다시 돌아왔다. 50루피 정도를 요구했다. "안 준다고 했잖아. 공짜라며" 말 해봤자 소귀에경읽기였다. 우리 뱃사공에게도 억울하다는 눈빛을 보내봤지만 다 같이 한 패인걸... 결국 두 명 분으로 50루피만 지불하고 상인을 보냈다. 장소가 다른 만큼 수법도 달라지는구나... 

어두워진 강가의 모습

어느덧 배에서 내릴 시간이 다가왔다. 래현씨와 망자를 위한 의식(?)을 다시 잠깐 본 뒤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내일 아침 비행기를 타고 자이살메르로 떠나기 때문에 짐을 싸야했다. 

어두워진 강가의 모습2

고스톱 호스텔에 도착하자마자 만났던 핀란드친구는 바라나시에서 3주간 머무르던 중이었다. 당시엔 "3주나??? 그동안 뭐 하면서 여기에 있는 거야?!"라며 이해를 못했다. 하지만 갠지스 강가에서 하루를 온전히 보내보니, 과연 며칠 더, 혹은 몇 주 더 머무르고 싶은 곳이었다. 



★다음날 이야기 

2018/06/11 - [직감적 여행/인도 북부 (2018. 01)] - [퇴사하고 떠나는 여자혼자 인도여행 8일차] 사막의 도시 자이살메르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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