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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제 택시를 같이 탄 스페인 친구들과 낮동안 자이살메르 시내를 여행한 날이다. 저녁때는 운 좋게 머무르던 호텔 주인 포테와 그 친구들의 여행에 함께해 시내를 벗어난 곳에서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었다. 밤에는 사막을 찾아가 밤의 사막을 먼저 보게되는 황홀한 경험도 한, 잊지 못 할 날이었다. 


인도여행 9일차 자이살메르 여행 2일차 일차

1. 황금빛 자이살메르 시내 여행

2. 바다바흐Bada Bagh에서 바라본 석양

3. 밤에 처음 마주한 사막



1. 황금빛 자이살메르 시내 여행


어제 같이 여행하기로 한 친구 두 명이 9시가 조금 넘자 호텔 앞에서 나를 맞이하러 왔다. 너무 친절한 호텔 주인 포테는 친구들에게 짜이 한 잔 하고 가라고 권했다. 두 친구 중 하나가 배탈이 심해 괜찮다고 극구 사양했는데,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내 손님의 친구이면 너희들도 내 친구이다."라며 포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친구들은 배가 정말 안 좋은지 끝까지 거절하고 우리 셋은 자이살메르 시내 여행길에 올랐다. 정말 친절하고 다정한 최고의 호스트이다.

골든메리골드호텔 Golden Marigold Hotel 조식

이 친구들은 짧은 시간 자이살메르에 머무르는 만큼 여기저기 빠르게 옮겨 다니며 풍경을 감상하고,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덕분에 나도 함께 자이살메르 성곽도 구경하고, 유명한 하블리Kothari's Patwaon-Ki-Haveli도 들리고, 자이살메르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도 갔다. 

* 하블리(Haveli)란 인도, 파키스탄 등의 지역에 위치한, 역사적 가치를 가지는 대저택을 부르는 말이라고 한다.

스페인 친구들이 데려간, 자이살메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망 포인트

스페인 친구들의 모습

이 중 한명은 배가 너무 아픈지 길거리에서 파는 바나나 한 송이를 사서 허기를 채웠다. 정말 많이 아픈가 보다... 두 명은 저녁때 사막 일몰투어가 예정되어있고, 그 중 한 명은 복통이 점점 심해져서, 일찍 빠이빠이 했다. 그 친구들과 헤어지며 번호를 교환하고, 밤에 맥주한잔 하자고 했는데,... 아뿔싸 한국 번호를 줬다... ㅋㅋㅋ 절대 의도한 건 아니고, 호텔에 돌아와 깨닫고는 너무 아쉬웠다. 이 친구들 이름도 기억안나고, 아는 거라곤 스페인에서 왔다는 것 뿐이라 검색해볼 수도 없었다.

걷다가 만난 소와 셀카 찍는 스페인 친구

하블리 Haveli에 가는 길

하블리 전경

하블리 안에 설치되어있는, 사막도시의 주거 모습

지역, 용도, 사람마다 다르게 쓰는 사막 모자, 터번(turbna)의 모습

자이살메르 성곽에서 바라본 자이살메르 모습

자이살메르 성곽 구경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마주친 아리따운 인도여성과.

호텔로 돌아가며, 다소 위험한 도전을 하기로 했다. 어디서도 추천하지 않는, 로컬 식당에 들어간 것이다. 일단, 배가고파서 검색할 여유가 없었고, 왠지 어디든 들어가도 큰일은 안날 것 같았다. 몇 발자국 헤매다가, 3층쯤에 위치한 루프탑 식당에 도착했다. 좋게 말해 루프탑이지, 그냥 천장 없이 옥상에 천막을 설치해 놓은 곳이었다. 인도 남자들 몇몇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메뉴판을 받고, 무난하게 치킨커리를 주문했다. 내가 앉은 식탁엔 먼지가 쌓여있었다. 손님이 없어서 먼지가 있기보단 그냥 탁자를 안 닦는 것 같았다. 짜파티는 한 장만 주문하니, 식당 요리사이자 주인으로 보이는 분이 배고프지 않겠냐고 걱정했다. 근데, 짜파티는 아무리 먹어도 양이 늘지 않는다

겁없이 도전한 현지식당에서 먹은 치킨커리와 짜파티

주문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치킨커리와 짜파티가 나왔다. 근데, 치킨에서 약간의 핏기가 보였다. 좀 더 익혀달라고 할걸... 뭐가 급해 그냥 먹었을까. 외국인 하나 없는 식당에, 동양인 여자가 혼자 식사하는 걸 보니 신기하나보다. 식당 주인도 지나치며 뭐 필요한지 계속 물어보고, 다른 손님들도 힐끔힐끔 쳐다본다. 그래도 여행한지 좀 지났다고, 이 정도는 크게 개의치 않고 편히 식사할 수 있었다.

2. 바다바흐Bada Bagh에서 바라본 석양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왔다. 포테가 호텔 1층 리셉션 근처에 앉아있었다. 내 방 입구 바로 옆이였는데, 내가 들어오는걸 보더니 자기 옆자리를 툭툭 두드리며 앉으라고 한다. "어디 어디 여행했어?", "이제 어디 여행할거야?", "한국은 어떤 곳이야?"(너무 어려운 질문...), "우리 호텔에 다른 나라 사람들은 많이 오는데, 한국인은 많이 안와. 왜일까?" 등등 여러 가지를 물어봤다. 이 질문 중 "한국은 어떤 곳이야?"라는 질문에는 땀 삐질 흘리며 답했던 게 기억난다. 이전부터 다른 외국인 친구들에게도 비슷한 질문을 여러 번 받았는데, 항상 답하기 힘들었다. 좀 고민해보고 좋은 답변을 준비해놔야겠다.


"지금 영국에서 유학중인데, 방학이라 잠깐 여행 온거야. 그러니까 나도 여행 중인 셈이지." 이 말을 듣자 동질감이 생겼다. 물론 이 친구는 고향으로 여행 온 것이지만. 본인도 여행 중이니, 혹시 근교에 있는 곳에 석양 보러 갈 건데, 함께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물론, 한없이 친절한 포테였지만, 여전히 내겐 이방인이었다. 잠깐 고민되었다. 하지만 차량이 없던 나는, 차를 얻어타고 근교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포테의 차를 타고 Bada Bagh(왕족을 기리는 기념비로 구성된 정원)로 향했다. 20분 정도 차를 타고 외곽으로 달렸던 것 같다. 그 동안 포테의 이야기를 들었다. 정말 흥미로운 사람이었다. 작은 도시 자이살메르 근처의 빌리지Village, 고작 몇 십 명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태어나고 자라, 포테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다. 그러던 중, 사막을 여행하던 스페인, 이탈리아 가족들을 우연히 만났는데, 이 친구의 명민함을 알아본 이들이 그의 교육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지금은 영국 대학에서 유학까지 하고 있었다. 석양이 가까워 오는 시간, 차를 타고 달리며, 이 이야기에 완전히 매료되어버렸다.

Bada Bagh에서 바라본 석양의 모습


3. 밤에 처음 마주한 사막


석양을 구경하고, 사진을 찍으며 한참 노는데, 포테가 물어봤다. "사막 갈 때 치킨 같은 거 싸갈까?" '내일 예약해둔 사막투어에 치킨을 준비해주겠다는 건가?' 생각하고, 좋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호텔로 돌아왔는데, 포테는 호텔 직원들에게 바로 음식을 준비하라고 주문한다. '응...? 오늘 밤 말한 건가?' 둘 다 이야기하는 과정에 오해가 있었나보다. 근데, 내일 처음 가보던, 오늘 밤 먼저 가보던 상관없을 것 같아, 가자고 했다. 

이번엔 좀 멀리 나갔다. 30분 넘게 차로 달려 사막 근처의 빌리지에 도착했다. 유목생활을 하는 마을 사람들이 밤에 축제를 하고 있었다. 가운데 큰 모닥불을 켜놓고, 그 주위에서 연주하고 춤췄다. 7~8명의 많지 않은 수의 여행객들이 주변에 빈백 비슷한 침낭을 깔고 구경 중이었다. 그 시간, 장소, 사람들, 노래, 춤 모두 생경하게 다가왔다. 

유목민 빌리지에서 지인들과 인사를 나눈 포테와, 좀 더 깊은 사막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그곳에 포테의 친구들이 이미 있다고 했다. 그 곳엔 모래언덕밖에 없어, 다른 종류의 자동차가 필요했다. 얼마 후 포테의 친구가 사막용 차량을 끌고 왔고, 우리는 그 차를 타고 좀 더 깊은 사막으로 들어갔다. 

15~20분 정도 차량으로 더 들어가니 정말 작은 불빛도 보이지 않는, 사막의 중심으로 들어갔다. 약간의 공포감이 엄습했다. '여기선 길을 잃거나, 누군가 조금만 나쁜 의도를 가진다면, 나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질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차량에서 내려 앞이 깜깜한 사막 언덕으로 발길을 옮겼다. 포테가 이끄는 대로 엉금엉금 따라가니 포테의 친구들이 이미 장작을 펴놓고,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사막의 밤은 쌀쌀해, 포테 친구들은 담요로 몸을 감싸고 있었다. 나도 역시 두꺼운 담요를 하나 얻어 몸을 덮었다. 포테 친구중 하나가 치킨커리를 요리해줬다. 나도 돕고자 손에 집히는 나뭇가지를 꺾어 불이 죽지 않도록 했다. 내손이 빠르게 움직이는 걸 보더니 포테는 내가 이미 사막사람이 다됐다며 즐거워했다.   

그런데 치킨커리를 요리하는데 연기가 너무 심했다. 요리하는 걸 지켜보며 눈물 콧물 쏙 뺐다. 이런 모습을 보더니 포테 친구들이 안쓰러워하며 웃는다. 

이제는 이름이 기억 안 나는, 치킨커리를 요리하던 친구는 나에게,

 "한국에서는 누가 짜파티를 요리해?"라고 물었다. 

... 음, 짜파티?... 아 누가 주로 요리 하냐는 질문이구나. 

"보통 아내들이 많이 한다. 요즘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여자들이 좀 더 많이 하는 편이다."라고 말해주니, 신기해한다. 

나도 그 친구에게 너희는 너희가 요리 하냐, 아내가 요리 하냐 물어봤는데, 답변이 어땠는지 기억나질 않는다. 

치킨커리에 짜이까지 한잔 하고나니 포테가 모닥불에서 멀리 있는 모래언덕으로 이끌었다. 불빛이 없는 곳에서 모래 언덕 위를 걸으려니 정말 무서웠다. 밤하늘보다 더 어두운, 시꺼먼 모래언덕이 무시무시하게 느껴졌다.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망망대해, 혹은 거대한 산처럼 느껴졌다. 여전히 이 장면을 떠올리면 오싹하고 압도되는 기분을 느낀다. 

이 와중에 포테는 나보고 모래 언덕 위에서 앞으로 뛰어내리라고 한다. 겁에 질려 절대 못한다고 말하니, 본인이 먼저 보여주겠다고 한다. '안 보여줘도 돼...' 하지만 이미 뛰어내려 데굴데굴 구르는 중이었다. 몇 번 더 하면서 나보고 해보라고, 별거 아니라고 부추긴다. 가까스로 용기를 내 꼭대기에서 점프했는데, 차가운 모래가 살에 닿았다. 정말 재밌게 즐기고 싶었는데, 암흑이 주는 공포감을 이기지 못했다. 

포테를 따라 칠흑같은 모래언덕을 여기저기 거닐다가, 모닥불 주위에 있던 친구들이 이미 자고 있는걸 확인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이전에 해본 경험에 견줄 수 없는, 내가 가진 언어로 쉽게 묘사할 수 없는 경험을 해본 날이었다. 


다음날 이야기... 평화롭지만 평화롭지 않았던, 아슬아슬 사막투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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