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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차 때문인지 눈이 일찍 떠졌다. 한국은 오전 10시, 델리는 오전 7시이다. 침대에서 쉬다가 조식시간 맞춰서 8시에 위층의 식당으로 가니, 이제야 음식을 준비하는 중이다. 여러 호스텔을 사용해봤지만, 조식이 준비가 안되서 기다려야하는 경우는 없었는데,... 


'인디안 타임인가...?!' 


8시가 다 되서 조식을 준비하는데도, '아이쿠, 늦었네~ 빨리빨리 준비해야겠다'의 태도가 아니라, 세월아 네월아 천천천히 준비했다. 결국 가장 빨리 준비된 씨리얼과 바나나만 먹었다. 


네이버 '인도여행을 그리며'  카페에서 본대로 환전하고 유심도 사기위해 빠하르간즈(일명 '빠간', Pahargahj)로 떠났다. 빠간을 가기 위해서도 또 기다려야했다. 인도에서 상점들은 대부분 10~11시에 문을 열기때문이다.  


할일 없이 쉬다가 10시 전에 우버를 불렀다. 생에 첫 우버였다. 아직 유심을 구매하기전이라 호스텔 와이파이를 사용해 우버를 불렀다. 


(숙소에서 빠하르간즈로 가는 길, 우버 택시 안. 매우 쾌적하다)



델리 시내, 빠하르간즈(Paharganj) 및 메인바자르(Main Bazar)



구글 지도에 나온 대로, 빠하르간즈(아라카샨 로드 Arakashan Rd 근처)에 도착했는데, 예상과 달리 상점들이 줄지어있지 않았다. 내려준 곳은 주택가 골목만 늘어서 있었다. 


환전소나 유심을 판매하는 가게는 안보이고 거리의 인도사람들의 뜨거운 시선만 느껴졌다. 당황스러웠다. 다들 부리부리한 눈과 노골적인 시선으로 나를 관찰하고 있었다. 원래 아이컨택도 잘하고, 여행지에서 모르는 사람과 눈인사도 잘 나누는데... 눈을 어디다 둬야할지 몰랐다. 


민망한 눈길 속에서 빠간의 골목 여기저기를 걸어 다녔고, 마침내 환전소를 찾았다. '네하 인(Neha Inn)'이라는 숙소와 함께 운영되는 곳이었다. 환전소 이름도 네하 어쩌구였던 것 같은데, 구글지도에 Neha Inn이라고 검색해서 그 곳 1층으로 가면 된다. 


네하 인, 네하 환전소 모습. 출처 : https://www.cleartrip.com/hotels/info/hotel-neha-inn-387826


환전을 해준 네다인 주인아저씨가 재밌었다. 환전을 마치고(1달러에 65루피, 당시 환율로 봤을 때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아저씨에게 이 주위에 유심 살 수 있는 곳을 물어보니까, 본인 가게에서 판매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보다폰(Vodafone)유심까지 해결했다.  


유심까지 해결했으니, 여행하며 입을 옷을 구매하려고, 옷을 살 수 있는 시장이 어느 쪽인지 물어봤다. 그러니 어떤 옷을 찾는지 물어본다. 스타일을 너무 상세하게 묻길래 '설마 옷까지 팔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서랍 안에서 셔츠를 꺼낸다. 다행히 내 스타일이 아니어서 솔직하게 말하고 상점을 알려달라고 하니, 뉴델리역 근처의 시장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그래도 강매는 안한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고, 아침도 간단하게 먹었더니 배가고파, 주위에 좋은 식당 있냐고 물어봤다. (물어보면서 좀 불안했다.) 역시 자기네 식당을 추천한다. 위층으로 가라고. 원래 투숙객만 받지만 특별히 나도 먹게 해주겠다고 한다. 


'뭐든지 다 팔려고 하는 구나... '


사양하며 다시 식당을 추천해달라고 하니 가까운 식당을 하나 추천해줬다. 역시 강매는 안한다. 일단 유심이 등록되기까지 몇 시간이 걸리니 주변에서 시간을 보내러 나갔다.


참고로 네하에서 구매한 유심은 좋은 가격이 아니었다. 통화, 문자 무제한, 매일 1G데이터가 제공되었지만, 델리에서만 사용이 가능했다. 타 지역으로 이동하면 플랜을 추가해야 했다. 사진촬영 비용까지 700루피를 지불했던 걸로 기억한다. 

이후 바라나시에서 보다폰 공식 판매점에 들려 델리 이외의 도시 모두에서 사용 가능한 플랜을 구매했는데, 그때는 400루피를 지불했다. 델리에 있는 보다폰 공식 판매점에서, 이후 이동하는 것까지 고려해서 사는 게 나을 것 같다. 


네하 인 아저씨가 추천해준 식당에서 시킨 치킨커리. 닭고기가 딱 한 점... 하지만 맛있었다.


라씨와 입가심용 후식


인도 여행 중 처음이자 마지막 라씨였다. 맛있었는데, 더 먹고 올걸. 오른쪽은 향기로운 박하향이 나는 사탕 같은 알갱이들과 풀잎들이 섞여있는데, 아마 입가심하는 용도인 거 같다. 먹을 만했다. 


식당에서 나와 네하 아저씨가 알려준 대로 뉴델리역 쪽으로 나가 거리를 따라 아래로 쭉쭉 내려가니 상점이 줄지어있는 거리가 나온다. 알고 보니 그곳이 메인 바자길(Main Bazar Rd)이었다. 옷, 가방, 기념품 등 여러 가지를 살 수 있는 상점이 즐비했다. 이번엔 잘 찾아온 것 같았다. 


메인바자르길 Main Bazar Rd 풍경


다만, 인도남자가 길을 찾는 걸 도와준다거나, 단순히 영어공부를 하고 싶다는 둥 계속 같이 걸으려고 한다면 단호하게 거절하고 최대한 피해야한다. 


메인바자길 오는 중, 뉴델리역 앞에서 만난 한 인도인이 "한국인 친구가 많다", "가방은 앞으로 메고 소매치기 안 당하도록 조심해야한다" 등 환심을 사서, 시장까지 가이드를 하겠다고 했다. 내가 미심쩍어하는게 느껴졌는지 "뭐 팔려고 하는거 아니야(I'm not trying to sell you anything)"라며 설득했다. 이 말도 뻔한 거였는데... 결국 가이드 하라고 했더니 결국엔 시장을 지나 한참 걸어서 한국 식당인 와우카페까지 데려갔다. 


이런 식으로 여행객을 상점으로 인도하면, 그 가게로부터 커미션(중개수수료)을 받는다고 한다. 와우카페는 나중에 들어가 보겠다고 하니, 다음 여행지 기차표, 버스표를 예매했냐고, 지금 안하면 못 간다며 겁을 준다. 허풍이라는 걸 알았지만, 예약해놓으면 좋을 것 같기도 해서 여행사 앞까지 또 같이 갔다. 안에서 설명까지 다 들었는데, 아직 여행 일정이 미정이라 나중에 오겠다, 연락하겠다고 말한 뒤 명함만 받고 나왔다. 조금만 넋 놓고 있으면 엉뚱한 데에 시간, 돈 다 뺐길 것 같다.

 


간디 박물관(National Gandhi Museum)



메인바자길을 쭉 둘러본 뒤, 아직 유심 찾으러가야 될 시간이 안 되어, 아소칸 기둥(Ashokan Pillar)을 보러가려고 했다. 숙소에서 빠간으로 갈 때 지나친 곳인데, 무너진 붉은 성벽이 매우 아름다워 기억에 남았다. 남는 시간동안 뭘 할까 고민하다, 그 장면이 생각나 뚝뚝이 기사한테 아소칸 기둥으로 데려다달라고 했다. 


그런데 많은 여행자가 가는 곳이 아닌지, 다들 아소칸 기둥을 몰랐다. 결국 기둥 바로 옆에 있는 간디 박물관(National Gandhi Museum)을 말해 그곳부터 들리고 이후에 아소칸을 가기로 했다. 


간디박물관 정원 및 박물관입구


간디박물관 입구


간디박물관에서는 여행객이 거의 안보였다. 1층으로 들어가자 인도 대학생으로 보이는 두 명이 있었고 2층으로 가니 외국 여행객 5~6명만 보였다. 1층은 간디가 여성에 관해 남긴 명언들로 구성된 방이 있었고, 2층은 간디의 생애를 나열해놓은 장소 및 간디 관련 예술작품 , 우표 등이 전시되어있었다. 


간디박물관에서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수많은 간디의 명언을 마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조용하고 아름다운 장소에서.  박물관 내부는 소박하고 화려하지 않게 정돈되어있지만, 간디에 관한 자료와 그의 말로 가득했다. 정말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을 울리는 감동을 주었다. 아래에 몇 가지를 사진 찍어 왔는데, 한번 읽어보면 그 감동을 조금이나마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박물관 내 인상 깊은 말. 내가 꿈꾸는 인도 India of my dreams 및 일곱 가지 사회악 Seven Social Sins


역시 인상 깊었던 말. 탈리스만, Talisman. 탈리스만은 행운을 가져다주는 물건을 가리키는 단어라고 한다.


간디 박물관 내에서 가장 좋았던 방. 언젠가는 "My life is my message" 문구를 타투로 새기고 싶다.


간디 박물관 정원의 모습. 정원에도 역시 동상 및 간디가 거주했던 집 등이 설치되어 있다.




아소칸 기둥(Ashokan Pillar)



평화롭고 많은 감명을 주는 간디박물관에서 나와, 바로 옆에 위치한 아소칸 기둥(Ashokan Pillar)으로 향했다. 역시나 박물관 입구에 있는 뚝뚝이 기사는 태워주겠다고 끊임없이 "마담~!"을 외쳤지만, 10분이면 걸어가는 거리였다. 지도만 잘 본다면 찾을 수 있다.  


아소칸 기둥은 정말 아름다웠다. 이런 곳에 관광객이 적다는게 의문일 정도였다. 빠간과 메인바자에서 겪은 시선과 시끄러움, 혼잡함에서 완전히 벗어난 장소였다. 


아소칸 기둥은 아소카라는 왕이 세우고 그의 칙령을 기록해둔 기둥으로, 인도 전역에 20개가 흩어져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중 2개를 피루즈 샤(Firuz Shah) 왕이 델리로 재위치 시킨 것이다. 그래서 후에 바라나시 근처 사나쓰(Sanarth)에서도 아소칸 기둥을 볼 수 있었다.


아소칸 기둥 입구. 입구가 골목 내에 위치해서 조금 헷갈릴 수도 있다. 휴대폰 손에 꼭 쥐고 구글맵 보며 찾아가시길.


아소칸 기둥 주변의 잔해들


아소칸 기둥 주변의 잔해들 2


아소칸 기둥 주변 녹지. 잔디가 깔려있는 곳도 넓어서 많은 인도 가족, 커플들이 피크닉 중이었다.


원래는 혼자서 산책할 마음이었는데 ,유적지 관리하는 사람으로 보이는 한 인도 남자가 다가오더니 자기가 주변을 둘러보게 도와준다고 제안다. 사람도 많이 없는데, 둘이 다니다가 음흉한 마음이라도 먹을까봐, 또 귀찮기도 해서 괜찮다고 했다. 그리고 나서 열심히 사진을 찍는데 멀찍이서 계속 자리를 지킨다. 


셀카봉으로 사진 찍다가 셀카봉은 부러지고... 걷기 시작했는데, 멀찍이 앞서 걸으며 알아서 이곳 저곳 소개해줬다. 사진 찍기 좋은 장소에선 사진도 찍어줬다. 사실 안내가 없으면 아름다운 잔해물로만 보일 수 있는 곳이기도 해서 순순히 설명을 들으며 따라다녔다.  


처음엔 미심쩍었지만, 같이 다니면서 큰 도움을 받았다. 무엇보다 도움이 된 점은 기둥까지 가는 길을 호위해준 것이 좋았다. 기둥이 있는 곳 까지 올라가서 기둥도 보고 풍경도 보려면 미로 같은 길들을 지나야 했다. 그런데 길이 미로 같은 것 뿐만 아니라, 중간 중간 어두침침하고, 개들이 서로 짖고 싸우고 있었다. 아마 혼자였다면 가다가 겁에 질려 포기했을 것 같다. 투어가 끝나고 나서 팁을 지불하지만 적절한 금액만 지불하면 가이드를 받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아소칸 기둥으로 올라가는 길에 만난 박쥐때. 태어나서 제일 많은 박쥐를 봤다...


아소칸 기둥


아소칸 기둥에서 내려다본 풍경


아소칸 기둥 근처의 매우 오래된 나무


투어가 끝날 쯤 만난 인도 가족. 이번 인도여행 중 인도인과 찍은 첫번째 사진이다.


투어를 해준 가이드, 아마도 아소칸 기둥 관리자. 팁으로 100루피를 요구했지만 미안하다고 말하고, 웃으며 50루피를 줬다. 인도 물가를 생각하면 적절한 것 같다. 순순히 받았다.


아소칸에 들린다면 석양시간을 맞춰가면 좋을 것 같다. 석양을 보기에 최고의 장소이다. 나는 네하 인으로 돌아가 유심도 받아야하고 배도 고파 아소칸에서 석양은 못보고 떠났다. 하지만 붉은 벽돌이 지는 햇빛에 물드는 걸 상상만 해도 아름답다. 


혹시라도 이 글을 보고 아소칸 기둥에 방문할 계획이시라면 꼭 해지는 시간에 맞춰가서 석양을 보시길 바란다. (참고로 아소카 기둥 입장료는 석양시간대에 조금 더 비싸다.)


인도에서 만난 여행자들로부터,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읽은 글에서도 델리는 여행할 곳이 없다고, 인도 내에서 최악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첫째 날 델리여행을 해보니, 많이 평가 절하된 것 같았다. 물론 시내는 정말 시끄럽고, 성가시게 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찾아보니 아름답고, 평화로운 델리의 모습 또한 발견할 수 있었다. 아마 델리 사람들의 장사치 같은 모습에 다들 지쳐 안 좋은 평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 모습조차도 재밌게 생각하고, 거절만 단호히 한다면 델리에서도 즐겁게 여행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날 여행기!

2018/04/07 - [직감적 여행/인도 북부 (2018. 01)] - [퇴사하고 떠나는 여자혼자 인도여행 3일차] 4시간의 IRCTC 기차 예매 및 지상의 천국 악셔드햄 Akshardh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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